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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우리밀 생산자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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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08 17:36:00

우리밀 밀사리, 추억과 체험의 공존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려 볼 기회가 됐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합천·사천 같은 데서 농사짓는 생산 농꾼들과 창원·진주 같은 데 사는 소비 도시민이 서로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25일 합천군 초계면 관평리 합천 우리밀 산물 처리장 일대에서 대략 1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013년 우리밀 밀사리 문화한마당' 얘기랍니다.

 

아이들은 재잘거립니다. "눈이 따가워 더 못하겠어요. 어떻게 하면 돼요?" 어른은 이렇게 대꾸합니다. "그래? 이 쪽 바람부는 반대편으로 서렴. 이렇게 대충 훑어서 손으로 싹싹 비벼 껍질을 벗긴 다음 후후 불어서 알맹이를 먹으면 되거든."

 

 

아이들은 짚으로 살짝 그을린 밀을 들고는 일러주는대로 따라합니다.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른이 대신 비비고 까서 먹입니다. 아직 덜 익어 푸른빛이 세게 도는 낱알이 입 안으로 털어넣어집니다. 덕분에 입 가장자리는 검댕으로 금세 까매집니다.

 

바로 옆 밀밭에서 이런 사람 풍경이 펼쳐지지만 우리밀 산물 처리장 마당에서는 합천 가회면 나무실마을에 사는 서정홍 농부시인의 사회로 개회식이 진행됩니다. 하창환 합천군수도 왔고 허홍구 합천군의회 의장도 왔습니다. 그밖에 경남도의원도 왔는데, 이런 손님들이 줄줄이 소개됐습니다.

사회 보는 서정홍 선수. 인사말하는 김석호 서누. 오른쪽 합천군수, 그 옆 합천군의장.

밀사리 행사를 주최한 김석호 경남우리밀생산자협의회 회장은 나와서 인사말을 했습니다. 제가 귀기울여 듣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 식량자급률이 쌀은 80%대이고 밀은 2%밖에 안 되며 전체적으로는 20%대인데 더욱 높여야 합니다", "60년대 70년대만 해도 우리밀은 쌀·보리와 더불어 주식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밀을 제2 주식으로 삼아 많은 사람들이 농사짓고 먹도록 합시다".

 

행사장은 흥겨운 잔치마당이었습니다. 개회 행사도 크게 격의 없이 잘 치러졌지만 둘레에 늘어선 천막 아래 공간마다에는 먹을거리가 풍성했습니다.

 

우리밀국수는 공짜로 주어졌습니다. 우리밀로 만든 파전과 붕어빵과 술빵, 그리고 합천산 쌀막걸리 등은 1000원에 한 장씩 하는 식권과 바꿔 먹을 수 있었습니다. 볶은밀과 뻥튀기밀은 체험거리로도 제공되는 한편으로 한 움큼씩 사람들에게 나눠졌습니다.

 

 

아이들이 도리깨질을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 번 도리깨를 잡아봤습니다.

 

 

우리밀 관련 업체에서 만든 갖은 상품들은 친환경 음식을 찾는 이들에게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밀짚으로 여치 같은 곤충들 집이나 밀피리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따라해 보는 공간도 있었고 그 옆에서는 내리쬐는 햇볕 아래 도리깨를 돌려 밀 타작을 해볼 수 있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밀짚으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습니다.

개회식은 박을 매달아놓고 오미자를 던져 터뜨리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곧이어 국수가 나왔습니다. 어른들은 그 때부터 좀더 본격적으로 곳곳에 모여 막걸리 잔을 기울였습니다. 밀사리에 열심인 아이들 입은 좀더 까매졌겠지요.

진해 샘바위공부방 홍진옥 선생님과 아이들.

경남우리밀생산자협의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오후 3시 조금 넘어 마쳐졌습니다. 경남도·합천군·농촌진흥청·국산밀산업협회·도투락식품·우리밀급식(푸르나이)·우리밀경남사업단·합천동부농협·우리밀빵마을·한국맥류산업발전연구원·안전한학교급식을위한합천생산자영농조합법인 등이 후원했습니다.

그런데요, 이날 행사장에서 농민들한테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따로 있었습니다. 낫·호미·가위·예초기 날·금속숫돌 따위를 파는 사람이었습니다. 50대 또는 60대로 보이는 장년이었는데요, 때때로 쌍말까지 섞어가면서 모인 구경꾼들한테 때로는 '형님', 때로는 '아버지' 해 가면서 친근 모드로 멋들어지게 잘 팔았습니다.

 

 

 

 

'할배들'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습니다. 즐거운 때문입니다.

칼이나 낫이나 가위의 날을 가는 시범은 제비처럼 날렵했고요, 하나씩 덤으로 더 얹어주는 장사셈은 푸짐하고 또 푸짐했습니다. 저런 기세로 팔려나가다가는 '니야까'에 있는 것들이 1시간도 채 안돼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

잘 팔립니다. 가운데 플라스틱 통 아래 돈이 수북했습니다.

"하나 더 달라", "못 준다, 그러면 장사 밑진다" 이런 실랑이조차 흥겨웠는데요 대부분은 이 장사하는 사람이 지고야 말았습니다. 여기 모인 어르신 농꾼들한테는 더없이 재미진 자리였습니다. 구경하고 있던 저도 흥에 겨워져 양손 가위를 셋씩이나 사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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